종신보험 가입 전 보장과 비용 비교하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종신보험 설계서를 보여주며 “10년만 내면 목돈처럼 쓸 수 있다던데?”라고 물었다. 설계서 첫 장에는 사망보험금이 크게 적혀 있었지만, 그가 궁금해한 해지환급금은 뒤쪽 표에 있었다. 종신보험을 볼 때는 이 두 금액이 언제, 누구에게 지급되는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사망보험금이 필요한 기간부터 계산한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약정한 보험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보장성보험이다. 보험기간이 평생이라는 점이 특징이지만, 보험료를 평생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납입기간은 10년, 20년 등 계약에 따라 다르며, 보험료 납입이 끝나도 보장은 이어질 수 있다.
가입금액은 가족의 생활비와 남은 대출을 기준으로 잡으면 판단이 쉬워진다. 예를 들어 한 달 생활비 부족분이 200만 원이고 이를 5년간 메워야 한다면 생활비만 1억 2천만 원이다. 여기에 대출잔액 8천만 원을 더하면 필요한 자금은 2억 원이 된다. 기존 사망보장과 바로 쓸 수 있는 자산이 5천만 원 있다면 추가로 검토할 금액은 1억 5천만 원 수준이다. 실제 필요액은 자녀의 나이, 배우자의 소득, 유족연금 등을 반영해 달라진다.
그런데 가족에게 큰 보장이 필요한 기간이 자녀 독립 전 20년 정도라면 평생 보장이 꼭 필요한지 따져볼 만하다. 반대로 사망 시점과 관계없이 유족에게 일정 금액을 남기려는 목적이라면 종신 보장의 가치가 커진다.
같은 사망보험금으로 정기보험과 비교한다
정기보험은 정해진 기간에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사망보험금을 설정하면 보장기간이 제한된 정기보험의 보험료가 일반적으로 더 낮다. 그래서 대출 상환이나 자녀 양육처럼 끝나는 시점이 있는 부담을 대비할 때 비교 대상이 된다.
비교할 때는 상품 이름보다 조건을 먼저 맞춰야 한다. 피보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사망보험금, 납입기간, 특약을 같게 놓고 월 보험료와 총 납입보험료를 나란히 본다. 월 15만 원과 8만 원의 차이는 작아 보여도 20년 동안 유지하면 납입액 차이가 1,680만 원이다. 이 금액은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일 뿐, 실제 보험료는 개인 조건과 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보험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직장 단체보험은 퇴직 후 보장이 끝날 수 있고, 개인 보험의 사망보험금은 이미 필요한 금액의 일부를 채우고 있을 수 있다. 새 계약을 추가하기 전에 현재 보장액과 종료 시점을 적어보면 과잉 가입을 피하기 쉽다.
해지환급금은 납입액과 따로 본다
종신보험에는 해지 시 돌려받는 금액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지환급금은 사망보험금과 다르고, 낸 보험료 전액이 언제나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계약 초기에는 보장 비용과 사업비 등이 반영돼 환급금이 납입액보다 적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게 하는 판매를 소비자 유의 사항으로 다뤄 왔다.
특히 무해지환급형이나 저해지환급형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다. 설계서에서 1년, 5년, 10년, 납입 완료 시점의 예상 해지환급금과 누적 납입보험료를 같은 줄에서 비교해야 한다. 납입을 끝낸 직후의 환급률만 강조하는 설명이라면 그 전에 해지할 가능성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씩 10년을 내면 총 납입액은 2,400만 원이다. 5년 차에 해지할 때 납입액 1,200만 원보다 환급금이 적다면, 그 차이는 이미 확보한 사망보장과 계약 비용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 정확한 환급금은 상품별 예시표에 있으며, 공시이율이나 투자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은 예시 금액이 확정 지급액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연금전환이나 선지급 기능 역시 적용 조건과 전환 후 금액을 별도로 봐야 한다.
계약자와 수익자를 확인하고 유지 가능성을 점검한다
계약서의 이름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계약자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 피보험자는 사망 보장의 대상, 수익자는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다. 여기에 실제 보험료를 누가 내는지도 중요하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계약자이거나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낸 계약에서 사망으로 받는 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볼 수 있다. 보험료 납부자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에는 사실관계에 따라 증여세 문제도 생긴다. 수익자 이름만 바꾸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월 보험료가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압박하지 않는지 살핀다. 사망보험금이 충분해 보여도 몇 년 안에 해지할 가능성이 크다면 설계의 의미가 약해진다. 이미 가입한 계약이라면 바로 해지하기보다 현재 사망보험금, 남은 납입기간, 해지환급금, 보장을 줄이거나 납입을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보험사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내가 종신보험 설계서를 볼 때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큰 사망보험금 숫자보다 납입 일정과 해지환급금 표다. 가족에게 필요한 보장과 오래 감당할 수 있는 보험료가 함께 맞아야 그 계약을 유지할 이유도 분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