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IRP 세금 줄이고 운용하는 방법

얼마 전 퇴직을 앞둔 지인이 IRP 계좌를 만들면서 연말정산 환급액부터 물었다. 그런데 퇴직연금IRP는 계좌에 어떤 돈을 넣는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와 내가 추가로 납입한 돈을 구분하면 활용 방법도 선명해진다.
퇴직급여와 추가 납입금을 먼저 구분하기
IRP는 퇴직급여를 받아 보관하고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다. 재직 중에도 본인 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IRP로 이전되지만, 55세 이후 퇴직하거나 퇴직급여가 300만 원 이하인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다.
퇴직급여를 IRP로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연말정산 세액공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퇴직급여에 대한 세금은 계좌로 옮길 때 미뤄지는 구조다. 반면 본인이 추가 납입한 돈은 요건을 충족하면 그해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계좌 잔액이 같아도 돈의 출처에 따라 인출할 때 적용되는 세금이 다른 이유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과 합쳐 계산하기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저축 납입액은 연 600만 원까지,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 납입액은 합산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이미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넣었다면 IRP에 300만 원을 추가 납입해 합산 한도를 채울 수 있다. 연금저축이 없다면 IRP에만 900만 원을 납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에게 15%, 이를 초과하면 12%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절세 효과는 각각 16.5%, 13.2%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제 대상 납입액이 900만 원이면 최대 절세액은 각각 148만 5,000원, 118만 8,000원이다. 다만 실제 환급액은 다른 공제와 이미 낸 세금, 최종적으로 납부할 세액에 따라 달라진다.
세액공제 한도와 납입 가능 금액도 다르다. 일반적인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는 합산 1,800만 원이지만, 그 전액에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퇴직급여처럼 과세가 미뤄진 돈 역시 본인 추가 납입액의 세액공제 한도에 넣어 계산하지 않는다. 연말에 급히 송금하기보다 기존 연금저축 납입액부터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계좌를 만든 뒤에는 비용과 투자 비중 보기
IRP를 개설한 뒤 돈을 현금 상태로 오래 두면 절세 효과와 별개로 운용 성과가 낮아질 수 있다. 예금처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을 자신의 은퇴 시점과 손실 감내 수준에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품 이름만 보고 수익률을 예상해서는 곤란하다. 같은 유형이라도 보수와 투자 대상이 다르다.
고용노동부가 안내하는 현재 IRP의 일반적인 위험자산 투자 한도는 적립금의 70%다. 다만 상품 분류와 사전지정운용제도 적용 여부에 따라 실제 편입 가능 비율이 다를 수 있다. 주식형 상품에 70%를 채우는 일이 누구에게나 적합한 것도 아니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생활비로 쓸 시기와 시장 하락을 견딜 시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금융회사를 고를 때는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와 투자상품 자체의 보수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수료 면제 조건은 회사와 가입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 0.3%의 비용 차이는 3,000만 원을 1년간 운용할 때 단순 계산으로 9만 원이다. 장기간 보유할 계좌라면 이런 차이가 누적된다.
인출 시점을 생각하고 납입액 정하기
IRP는 목돈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일부를 꺼내 쓰는 통장으로 보기 어렵다. 법에서 정한 중도인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계좌 해지가 필요할 수 있다. 중도 해지로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을 연금 외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적용된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과 퇴직급여에는 각각 다른 과세 방식이 적용되므로 계좌 전체에 같은 세율을 곱해서는 안 된다.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도 돈의 출처를 구분해야 한다. 추가 납입금 중 세액공제를 받은 부분과 운용수익에는 연령에 따라 다른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된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 수령 때의 퇴직소득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과세될 수 있다. 국세청 기준상 연금 수령은 기본적으로 55세 이후 신청해야 하며, 추가 납입금에는 가입 기간 요건도 있다. 퇴직급여가 계좌에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 요건에 예외가 적용된다.
가령 2~3년 안에 전세보증금이나 생활비로 쓸 돈이라면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려고 IRP에 무리하게 넣을 이유는 적다. 먼저 비상자금을 확보하고, 오래 묶어둘 수 있는 금액을 납입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퇴직연금IRP의 가치는 당장의 환급액뿐 아니라 퇴직 뒤 돈을 언제, 얼마나 나누어 쓸지까지 계획할 때 더 분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