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전세대출 받으려면 한도부터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전셋집을 알아보는 지인이 보증금의 80%를 빌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금부터 보냈다. 그런데 은행 상담에서 예상보다 낮은 한도를 안내받았다. 아파트전세대출에서 ‘보증금의 80%’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출발점일 뿐이다. 소득과 기존 부채, 보증기관의 심사, 아파트의 권리관계까지 확인해야 실제 부족한 돈이 보인다.
계약 전에는 내 한도와 집의 조건을 함께 확인한다
먼저 전세보증금에서 쓸 수 있는 현금을 빼 보자. 보증금 3억원에 준비한 현금이 9천만원이라면 필요한 대출은 2억1천만원이다. 보증금의 80%인 2억4천만원보다 적으니 가능할 것 같지만, 그 숫자만으로 계약해선 곤란하다. 은행은 소득, 기존 대출, 신용 상태와 보증기관의 한도를 함께 본다. 주택 조건이 맞아도 은행 심사에서 대출금이 줄거나 승인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은 임차보증금이 수도권 7억원, 그 밖의 지역 5억원 이하인 계약을 대상으로 한다.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여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의 주택 보유 수는 합산 1주택 이내여야 한다. 보증한도는 보증금의 80%, 소득과 부채를 반영한 한도, 상품별 상한 등을 비교해 산정한다. 따라서 ‘80%까지’라는 안내를 개인별 확정 한도로 받아들이면 자금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아파트 자체도 심사 대상이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서 소유자가 계약 상대와 같은지, 압류나 가압류 같은 권리침해가 있는지, 선순위 근저당권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에는 선순위채권과 임차보증금의 합계가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아야 하는 조건도 있다. 계약 직전 확인한 등기 내용은 잔금을 보내기 전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 사이 권리관계가 바뀔 수 있어서다.
정책대출과 은행 상품은 순서를 정해 비교한다
무주택 세대주라면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전세자금 대상인지 먼저 확인할 만하다. 일반 버팀목은 소득·자산·보증금·주택 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는 별도 상품이 있다. 조건에 맞으면 은행의 일반 전세대출보다 이자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다. 다만 상품별 최대 한도가 다르므로 금리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금액을 모두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책대출 대상이 아니거나 한도가 부족하다면 은행 상품을 비교한다. 이때 광고 금리보다 내 조건에 적용되는 금리와 우대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같은 우대 조건은 유지하지 못하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보증료, 중도상환수수료, 만기 연장 시 조건도 함께 물어봐야 전체 비용이 보인다.
예를 들어 2억원을 연 3.5%로 빌리면 단순 계산한 월 이자는 약 58만원이다. 연 4.0%라면 약 67만원으로, 금리 0.5%포인트 차이가 한 달에 약 8만원을 만든다. 실제 납부액은 실행일과 이자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지만, 두 금리의 차이가 2년 동안 약 200만원에 이른다는 점은 비교할 가치가 있다. 월 이자뿐 아니라 계약 만기 때 대출 원금을 어떻게 상환할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대출 실행에 필요한 시간을 남긴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찾았다면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은행에 예상 한도를 문의하는 것이 좋다. 물건지 주소, 보증금, 잔금일, 본인의 소득과 기존 대출을 알려주면 상담이 구체적이 된다. 이 단계의 안내는 가심사 성격이므로 최종 승인액과 다를 수 있다. 자금이 빠듯하다면 계약서에 대출이 불가능해졌을 때 계약금 처리 방식을 어떻게 할지 중개인·임대인과 미리 협의해 문구로 남겨야 한다.
계약 후에는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서, 계약금 이체 내역,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소득·재직 증빙 등을 준비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일반전세자금보증의 신규 계약 신청 시기를 잔금지급일과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 기간이 남았다고 잔금일 직전에 신청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서류 보완이나 집의 권리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은행에 필요한 접수 시점과 실행일을 먼저 맞춰야 한다.
잔금은 대출금과 자기자금을 합쳐 지급한다. 대출금이 임대인 계좌로 직접 지급되는지, 본인이 먼저 낼 돈은 얼마인지도 은행에 확인하자. 계약금 3천만원을 이미 지급했고 보증금이 3억원, 대출 실행액이 2억원이라면 잔금일에 추가로 준비할 자기자금은 7천만원이다. 이 계산을 해두면 승인액이 예상보다 적을 때 부족분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대출 승인과 보증금 회수는 따로 생각한다
전세대출에 쓰이는 보증은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성격이다. 계약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 회수가 걱정된다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집인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지킴보증처럼 전세자금보증과 함께 신청할 수 있는 상품도 있지만, 가입 조건과 보증료는 따로 심사한다.
입주할 때는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취득을 챙겨야 한다. 이는 보증금에 관한 권리를 확보하는 기본 절차다. 반환보증도 신청 기한과 선순위채권 등 집의 조건을 본다. 은행에서 대출이 승인됐다는 이유로 반환보증 가입까지 확정됐다고 여기면 안 된다.
이미 집을 한 채 보유했다면 규제도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때에는 정책 목적의 일부 대출을 제외하고 이자 상환액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심사에 반영된다. 보유 주택의 위치만 보고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계약할 아파트의 위치와 신청 시점에 적용되는 조건을 은행에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아파트전세대출은 금리를 몇 차례 비교하는 것보다 계약 전에 실제 승인 가능액과 필요한 현금을 맞춰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숫자가 확인되면 잔금 계획도 분명해지고,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어떤 확인이 더 필요한지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