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제대로 굴리는 방법, DB·DC·IRP 선택부터 세액공제까지

내 퇴직연금부터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퇴사를 앞두고 퇴직금을 물어봤는데, 본인이 DB형인지 DC형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월급명세서는 꼼꼼히 보면서도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돈처럼 느끼기 쉽거든요.
퇴직연금은 크게 DB형, DC형, IRP로 나뉩니다. DB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임금과 근속연수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근로자는 투자 성과에 직접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DC형은 회사가 매년 부담금을 넣어주고,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골라 운용합니다. 수익이 좋으면 퇴직금이 늘고, 손실이 나면 줄어들 수 있습니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입니다. 퇴직금을 받는 통로이기도 하고, 재직 중 추가 납입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계좌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안내 기준으로 보면 DB는 회사 중심, DC와 IRP는 개인 운용 중심이라고 이해하면 빠릅니다.
DB형과 DC형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
퇴직연금에서 가장 먼저 볼 부분은 내 임금이 앞으로 오를 가능성입니다. DB형은 보통 퇴직 직전 평균임금과 근속연수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장기근속 가능성이 높고, 임금 상승이 꾸준한 직장인에게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예를 들어 10년 뒤 연봉이 지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 DB형의 계산 구조가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DC형은 다릅니다. 회사가 매년 정해진 부담금을 넣으면 그 뒤 운용 결과는 본인 몫입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갔거나, 이직 가능성이 높거나, 직접 ETF·TDF·예금 등을 조합해 운용할 자신이 있다면 DC형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데 단기 수익률만 보고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 임금 상승 여지가 크고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DB형이 편할 수 있습니다.
- 임금 정체 구간이거나 직접 운용할 의지가 있다면 DC형을 검토할 만합니다.
- 회사 제도상 DB와 DC 전환이 가능한지 인사·급여 담당 부서에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IRP는 세액공제만 보고 넣으면 안 됩니다
IRP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16.5%, 그 초과 구간은 13.2%가 적용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900만원을 꽉 채우면 각각 최대 148만5천원, 118만8천원의 세금 절감 효과가 생깁니다.
그런데 IRP는 돈이 오래 묶이는 계좌입니다. 중도 해지하면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기타소득세가 붙을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장기 요양, 파산·회생 같은 일부 사유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상금 6개월 치도 없는 상태에서 IRP 한도를 꽉 채우는 방식은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비상금과 단기 자금을 따로 두고, 그다음 연말정산 효과를 계산합니다. 월 25만원이면 연 300만원, 월 50만원이면 연 600만원, 월 75만원이면 연 900만원입니다. 소득 구간에 따라 실제 절세액이 달라지니 국세청 연말정산 자료와 금융회사 납입 내역을 같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상품 선택은 수익률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퇴직연금 상품을 고를 때 많은 사람이 1년 수익률부터 봅니다. 물론 수익률은 중요합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를 보면 사업자별, 제도별, 원리금보장·원리금비보장 상품별 수익률 차이가 꽤 큽니다. 다만 지난해에 좋았던 상품이 내년에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초보자라면 세 가지를 먼저 보면 됩니다. 첫째,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비중입니다. 예금만 들면 변동성은 낮지만 장기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식형 비중을 과하게 높이면 은퇴 직전 하락장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수수료입니다. 퇴직연금은 10년, 20년 단위로 굴리는 돈이라 작은 수수료 차이도 누적되면 의미가 커집니다. 셋째, 자동 운용 상품입니다. DC형과 IRP에서 투자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많다면 TDF나 디폴트옵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20~30대는 장기 운용 기간을 고려해 성장자산 비중을 일부 가져갈 수 있습니다.
- 40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점검할 시기입니다.
- 50대 이후는 은퇴 시점과 현금화 계획을 같이 봐야 합니다.
퇴직연금을 관리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
퇴직연금은 가입보다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DC형과 IRP는 본인이 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현금성 자산이나 낮은 금리 상품에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만 봐도 차이가 납니다. 연말정산 시즌, 임금 인상 시점, 이직 직후처럼 돈의 흐름이 바뀌는 때가 점검하기 좋습니다.
또 하나는 퇴직금 수령 방식입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IRP로 옮겨 연금으로 받을지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가 생기고, 개인 납입분과 운용수익은 연금소득세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단, 연간 사적연금 수령액이 커지면 과세 방식 선택이 중요해집니다.
제 생각에는 퇴직연금은 대박을 노리는 계좌가 아니라, 퇴직 시점까지 무너지지 않게 쌓아가는 계좌에 가깝습니다. DB형이면 내 예상 퇴직급여와 회사 제도를 확인하고, DC형이나 IRP라면 수익률·수수료·위험자산 비중을 주기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방치하는 사람과 차이가 벌어집니다. 복잡해 보여도 시작은 간단합니다. 내 퇴직연금 유형을 확인하고, 올해 세액공제 한도와 운용 상품 목록을 한 번 열어보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