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담보대출 한도와 상환 부담 계산하는 방법

얼마 전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있는 지인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며 후순위담보대출 한도를 물었다. 집값에서 남은 대출금만 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심사에는 담보가치와 소득, 기존 권리관계가 함께 들어간다. 예상 한도가 큰 상품부터 찾기보다 내 집에 설정된 권리와 매달 감당할 상환액부터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후순위담보대출은 어떤 대출일까
후순위담보대출은 이미 담보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추가로 담보권을 설정해 받는 대출이다. 집을 처분하거나 경매로 넘겼을 때 앞선 순위의 채권자가 먼저 변제받는다. 뒤에 들어온 금융회사는 회수 위험이 더 크므로 금리나 심사 조건이 선순위 대출과 다를 수 있다. 같은 집을 담보로 잡는다고 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조건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등기사항증명서에서 근저당권의 순위와 채권최고액을 확인해야 한다. 채권최고액은 현재 대출 잔액과 다른 금액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남은 원금이 2억 8천만원이어도 등기상 채권최고액은 그보다 높게 설정돼 있을 수 있다. 금융회사마다 선순위 부담을 반영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잔액증명서와 등기사항증명서를 함께 보여주고 산정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과 대항력 등 권리관계도 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상 한도는 어떤 순서로 계산할까
첫 단계는 금융회사가 인정하는 담보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세가 6억원인 집이라도 심사에 쓰는 평가액이 반드시 6억원인 것은 아니다. 그다음 해당 주택과 차주에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 즉 LTV를 확인한다. 지역, 보유 주택 수, 자금 용도, 금융회사 기준에 따라 적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평가액 6억원에 적용 가능한 LTV가 60%라고 가정하면 담보 기준 총한도는 3억 6천만원이다. 선순위 부담을 2억 8천만원으로 인정한다면 계산상 여유는 8천만원이다. 다만 이는 설명을 위한 가정일 뿐 승인 가능액이 아니다. 선순위 채권최고액이나 임차보증금 반영 방식에 따라 여유 금액이 줄어들 수 있고, 소득 심사에서 더 낮은 한도가 나올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안내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DSR은 연소득 대비 한 해 갚아야 할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 비율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상환액이 이미 크다면 담보 여력이 있어도 추가 대출이 제한된다. 변동금리 등의 금리 상승 위험을 한도 계산에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도 적용될 수 있다. 이때 계산에 더하는 스트레스 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그대로 붙는 이자가 아니다. 최종 한도는 담보 심사와 상환능력 심사, 자금 용도별 규정을 모두 거쳐 결정된다.
금리보다 월 상환액과 만기를 먼저 비교하자
후순위담보대출을 비교할 때는 연 금리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8천만원을 연 7%로 빌려 이자만 낸다고 가정하면 한 달 이자는 약 46만 7천원이다. 연 5%라면 약 33만 3천원으로, 차이는 매달 약 13만 3천원이다. 두 금리 모두 예시일 뿐 실제 제시 금리는 신용도와 담보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이자만 내는 방식은 원금 8천만원이 그대로 남는다.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면 그때의 상환 재원을 미리 따져야 한다. 원리금균등상환은 매달 원금도 갚아 잔액을 줄이지만 월 납입액은 더 커진다. 금리 유형이 변동인지 고정인지, 만기가 얼마나 되는지, 중도상환수수료와 부대비용은 얼마인지까지 합쳐 비교해야 실제 부담이 보인다.
신청 전에는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을 함께 놓고 보자
필요한 금액을 먼저 정한 뒤 선순위 대출의 잔액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소득 증빙 자료를 준비하면 상담이 수월하다. 금융회사에는 같은 금액과 같은 상환기간을 기준으로 예상 한도, 적용 금리, 월 납입액, 중도상환수수료를 각각 요청하는 편이 비교하기 쉽다. 자금 용도가 생활안정자금인지 사업자금인지도 처음부터 정확히 알려야 한다. 용도에 따라 적용 규정과 심사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후순위 대출만 비교할 필요는 없다. 기존 대출을 포함해 다른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할 만하다. 다만 대환은 당시의 담보평가와 대출 규정을 다시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현재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존 대출을 유지할 때와 갈아탈 때의 총이자, 수수료, 월 상환액을 같은 기간으로 맞춰 계산해야 한다.
내가 후순위담보대출을 검토한다면 계산상 가능한 최대 금액보다 필요한 금액을 먼저 적을 것이다. 집값에 여유가 있어 보여도 상환 재원이 불확실한 대출은 생활비를 빠듯하게 만든다. 월 납입액을 감당할 수 있고 만기에도 원금을 갚을 계획이 서 있을 때, 그 한도가 비로소 쓸 수 있는 한도라고 생각한다.
